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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18일에 쓰여진 리뷰입니다. 출처는 게임샷입니다.
발매일은 2002년 7월 25일입니다.
[우당탕쿵쾅]
"어이, 거기. 복도에서 뛰지 마라."
[우당탕쿵쾅쿵쾅]
"뛰지 말라고 하는 말 못 들었나!"
학창 시절에 이런 일 한번 안 겪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운동장을 돌라고 하면 터벅터벅 걷다가 혼이 났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복도에선 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쉬는 시간에 뭔가를 사러 간다거나 수업에 늦었을 때처럼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질서'라는 이름 하에 복도에선 언제나 조용히 걸어다녀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모범생에 가까웠던 필자가 이런 생각을 밖으로 내비쳤던 적은 없다.)
나이를 먹고 나선 더 이상 복도에서 뛸 일이 없었지만 이번엔 도로가 문제였다. 언제나 막혀 있는 서울 시내를 지켜보면서 그 답답함에 질려버렸고, 도로가 막히지 않을 때도 곳곳에 숨어 있는 파파라치의 눈길은 그 옛날 선생님의 꾸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체증을 유발했다. 이런 저런 것들에 구애받지 않고 시내 도로를 화끈하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단 말인가. 그런 때 접하게 된 것이 바로 세가/히트메이커의 드라이빙 액션 게임 크레이지 택시였다.
혹자는 '이것은 레이싱 게임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지만 레이싱 게임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떠한가. 크레이지 택시에서 볼 수 있었던 광란의 질주는 그동안 실제 도로에서 느끼고 있던 답답함을 약간이나마 해소해 주었고 가슴 한켠에 내재되어 있던 질주 및 파괴 본능도 조금은 만족시켜 주었다. 어찌되었든 실제 폭주족이 되어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것보다는(헬멧을 받게 될 수도 있지만)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쪽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게임의 최신작인 크레이지 택시 3 하이 롤러가 드디어 엑스박스로 발매된 것이다.
▶그래픽과 사운드
현재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엑스박스로 제작된 만큼 그래픽은 지금까지의 시리즈에 비해 다소나마 향상되어 있지만 엑스박스의 성능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 것 같다. 일단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야경이 추가되었다는 것. 밤에만 볼 수 있는 헤드라이트의 광원 효과가 구현되어 있으며 라스베가스를 모델로 했다는 GLITTER OASIS 스테이지의 도심지 경관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새로 추가된 택시들의 모델링도 전작 못지 않게 개성적인 느낌.
또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출도 추가되었다. 급가속, 급제동 시 바퀴에서 일어나는 불꽃이 바로 그것인데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크레이지 대시나 크레이지 드리프트, 리미터 컷 등 소위 '기술'이 들어갔는지 여부를 알려주기 때문에 플레이 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기존 작품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며 현재 세가에서 개발 중인 팬저 드라군 오르타나 세가 GT 2002, 하우스 오브 더 데드 3 등과 비교해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커진다.
사운드 효과는 여전히 택시 운전사와 승객들이 벌이는 입씨름, 그리고 타이어의 마찰음과 충돌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The Offspring, Bad Religion, Methods of Mayhem 등의 강렬한 펑크락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 물론 싫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3만의 새로운 요소
크레이지 택시 3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스테이지와 드라이버가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라스베가스를 모델로 한 도심지와 그랜드 캐넌 등의 외곽 지역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GLITTER OASIS 스테이지를 개성이 철철 넘치는 4명의 드라이버(게다가 새로운 여성 캐릭터는 48세의 비너스뿐;)와 미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차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 크레이지 택시 3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스템적으로는 목적지를 가리키는 화면 상단의 네비게이터(화살표)가 절대 방향을 가리킬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전에는 길에 따라 상대적인 방향을 알려줘 좁은 골목길에선 화살표가 빙글빙글 도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크레이지 택시 3에서는 컨트롤러의 흰색 버튼을 누르면 화살표가 청색으로 바뀌면서 길에 관계없이 목적지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마도 2편에 새로 추가된 크레이지 홉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배려인 듯.
▶'역시' 다양한 미니 게임
크레이지 택시의 크레이지 박스, 크레이지 택시 2의 크레이지 피라미드에 이어 크레이지 택시 3에는 크레이지 엑스가 미니 게임으로 주어진다. 방식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낮은 레벨의 게임을 클리어하면 그 상위의 게임이 열리는 방식이며, 전통의 크레이지 점프에서 크레이지 토네이도나 크레이지 풋볼같은 새로운 형태의 미니 게임까지 정말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작을 플레이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필자는 본편보다 오히려 이쪽에 더 열중해 버렸을 정도. 미니 게임의 종류는 총 25종이며 다음의 사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크레이지 택시 종합선물세트
만일 이 게임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필자는 크레이지 택시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르고 싶다. 이 게임에는 1편의 WEST COAST와 2편의 SMALL APPLE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굳이 1, 2편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게다가 단순 이식도 아니어서 WEST COAST는 크레이지 홉을 쓸 수 있도록 리뉴얼되었으며 단체 손님이 등장하고, SMALL APPLE은 배경 시간대가 밤으로 바뀌어 3편의 오리지널 스테이지인 GLITTER OASIS처럼 야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파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역시 아쉽다. 그 때문인지 1편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2편에선 크레이지 홉을 살릴 수 있도록 스테이지가 구성되어 있는 것에 반해 3편의 오리지널 스테이지인 GLITTER OASIS는 엑스박스 답게 화려하고 넓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컨셉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필자의 사견. 3편이야 이미 나왔으니 어쩔 수 없지만 4편에서는 시스템적으로 뭔가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었으면 바램을 가져 본다.
[장점] : 3편 오리지널 스테이지 외에도 1, 2편의 스테이지를 즐길 수 있다. 야경 속을 달릴 수 있다
[단점] : 게임 시스템적으로 3편만의 새로운 요소가 부족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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